<터미네이터> 하면. 아마 누구나 기억하실 몇가지 코드가 있으실 겁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이신(지금도 인진 모르겠네요) 아놀드 슈와제네거(이거 맞나;) 씨의 근육질 몸매. 아일 비 백. 이라는 명언. 좀비같이 골격만 남은 로봇이 아무리 총에 맞아도 맞아도 뒤쫓아 오는 그 공포감. 멋진 여전사 사라 코너등. 터미네이터는 지금의 20~30대 분들에게는 아마 추억속에 남은 명작 영화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 1은 주말의 명화로, 2는 어느 명절날 사촌형들이 빌려온 비디오로 감상했었고, 3는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4를 보러 가기 전날, OCN인가 에서 '터미네이터 데이'랍시고 1 2 사라코너 연대기를 틀어줬을때, 1과 2를 잠깐 잠깐 본게, 이 4를 보러 가기전에 터미네이터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죠.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심판의 날 이라고 불리우는 대 혼란을 야기한 군사방위 프로그램 '스카이넷'은 스스로 인간 세계를 점령하여 기계군단을 만들어 사람들을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한 기계 군단과 싸우는 이야기가 바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이야기 이지요. 1부터3까지는, 2029년에 저항군으로서 스카이넷의 기계들과 싸우던 '카일리스'라는 전사가, 자신의 아들이자 인간저항군의 핵심이며 '구원자'라고 까지 불리던 존재, 존 코너를, 과거(1984년)으로 시간이동하여,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코너를 해치워 존 코너의 존재를 없애려 했던 스카이넷의 계획을 제지하기 위해, 1984년으로 [터미네이터]라 불리는 기계암살자를 따라 시간이동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미래전쟁의 시작편은, 터미네이터 1-3에서 얘기만 거론 되던 '미래의 전쟁'을 드디어 영상화 한 첫 영화 인데요. 작품 시간상은 미래이지만, 어째서인가 '비기닝'이라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럼 영화 외적인 얘기로 넘어가서...
사실 여러모로 많이 기대를 했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세기말'적인 분위기에, 잔뜩 잔뜩 나올 SF스러운 묘사들과 전투 병기들. 로봇. 그리고 아마도 쾅쾅 터질 화려한 액션. 어두운 시대상에서도 희망을 줄 것 같은 구세주 존 코너등. 제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잔뜩 품고 있을 줄 알았으니까요.
아 이건 진짜 꼭 봐야겠다. 해서 혼자서라도 가서 봤습니다. 터미네이터에 대한 지식이나 추억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유명한 SF의 고전이기도 했으니까요. 시대가 이렇게까지 흐르고 기술이 이렇게 발달한 요즘의 헐리우드라면, 돈만 쳐바르고 스토리만 잘 짜주면 초A급 영화하나 나오겠다. 하는 기대를. 했었습니다.
일단 가서 보긴 재미있게 봤습니다. 워낙에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잘 들어가 있는데다가,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에서 초 명 연기를 보여준 우리 크리스찬 베일이 횽이 주연이니. 재미없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만. 집으로 자꾸 돌아와서 생각하는데. 뭔가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겁니다.
그 아쉬움 몇가지를 적겠습니다.
일단은. 영화가. 조금 산만하다고 해야하나. 뭔가 몰입시키는 그런게 없었습니다. `터미네이터에서 미래는 대충 이런 분위기 였데요' 하는 그러한 요소만 전부 그냥 흘리고 다니고, 그걸 하나로 이용해서 뭔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라는게 전혀 없는 듯한. 그런 흐름이 었습니다.
대충 흐름은, 존 코너를 중심으로 한 저항군의 싸움과,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터미네이터, 마커스의 모험과 두 사람의 만남 을 접점으로 중반까지의 흐름을 잡고, 후반부에 존 코너와 마커스가 스카이넷 기지로 쳐들어 가서 잡혀간 사람들과 카일리스를 구출해 내는 클라이막스를 연출하여 분위기를 확 살리고 싶었던것 같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주연이라 할 수 있는 존 코너의 스토리가 너무도 산만하고, 또 무슨 흐름인지도 잘 모를정도로 흘러갑니다. '존 코너' 라는 캐릭터 자체도 잘 파악이 안될 뿐더러, 일단 전 시리즈 부터 이 작품 내에서도 존 코너의 위치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대체 얘가 뭘 했길래 그리 대단한거냐?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존 코너는 하는게 없습니다(....) 돌입작전에 실패했다가 혼자 살아 온거나, 엄마, 사라 코너가 남겨준 기록 테이프만 들으며 자기 생각속에 빠져가는 그 모습은. 글쎄요... 제가 상상하던 '영웅 존 코너'의 모습도 아니었을 뿐더러, 제가 보고 싶어하던 '암흑의 세상을 구해줄 영웅' 같은 모습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마커스의 이야기는, 우연히 카일리스를 만나, 그들과 이동하다가 또 우연히 저항군의 여성 파일럿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통해 저항군에 도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건 그나마 좀 흐름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저항군이 아닌 인간들이 그 힘든 미래 세계를 살아 남기 위해서는, 독해지고 악해질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묘사한것이, 아 이 시대는 정말 암울한 시대구나. 라는 걸 알게 해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감독은. 존 코너의 이야기를 통해 저항군의 활약과 그들의 존재가 세상에 어떻게 영향력을 주는지 보여주고(중간에 카일리스가 저항군의 제복을 입고 싶어하는 모습이라던가),마커스와 카일 리스의 여행을 통해서 저항군 외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보여주려 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커스와 존 코너, 두 사람이 만나면서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야 하는데... 여기서 개인적으로 좀 불만인 것이.분명 존 코너는, 터미네이터 2에서 T-800인 아놀드 횽과 교감을 나눈 기억이 있을것입니다. 그런데도 그저 `기계'라는 이유 만으로 마커스를 너무 의심하는 데다가, 그의 눈동자가 진실을 말하고 있어 라면서 혼란 스러워 하는것은 글쎄요... 전쟁에 너무 찌들어서 옛날 추억조차 잊어버렸나.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 이 부분은 그나마 '터미네이터'스러운 부분을 잘 살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긴장감은, 상식을 초월한 파괴병기가 쫓아온다!! 하는 그런 위기감을 느끼게 해주는 재미라고 생각하는데요.
스카이넷의 기지에 침입한 존 코너의 앞에 나타난 아놀드 형. T-800의 초기모델의 등장은, 옛 추억의 향수를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지금까지 존 코너가 싸워오던 T-600시리즈와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자랑하며, 베일이 횽(존 코너)를 몰아세우는 강인함을 보여주며, 예전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었던 무시무시한 로봇과의 X줄타는 대결을 잘 그려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뭔가 재미있긴 한데 후련하진 않습니다. 뭔가 주제의식이 있는것 같기는 한데 무게감이 없고, 뭔가 배경이 우울하기는 한데 그 뿐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존 코너인지, 마커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2에서 사용되었던 '기계와 인간이 힘을 합하여 위기를 헤쳐나가나는 SF대서사시'적인 코드를 살리고 싶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2만한 재미도, 감동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평가가 심하게 갈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범작 이상은 되는 작품입니다만. 이런 부류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그리 권해드리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심하게 말해서.
CG랑 돈만 쳐바른 90년대 SF영화. 라는 느낌이 상당하거든요(...)
